비가추적추적 오는날, 거의 막차를 타고 "범죄와의 전쟁"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명불허전이더군요.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작이었습니다.
특히나...머, 그리 길지는 않지만 법조취재를 맛만 봤던 입장에서, 느와르 측면은 물론이고, 검찰 영화로의 한 획을 긋는 압도적인 작품이라고 평을 하고 싶습니다. 검사 조범석 역을 소화한 곽도원(38) 배우께 기립박수를 먼저 보냅니다.
1990년대 초반을 '범죄와의 전쟁' 시기라고 부를 수 있다면, 2000년대 초반은 단연 '법조 브로커와의 전쟁'이라고 훗날 법조역사가들은 기록할지 모릅니다. 이른바, 최민식은 '반달'이면서도 '법조브로커'의 나쁜 사례인 셈이지요.
여튼, 그는 공무원 출신 답게 법조브로커의 생리를 철저하게 실천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게, 수많았던 위기 속에서도 결코 구속되지 않았다는 거죠. 구속이 됐다면 법조브로커 경력도 끝입니다. (절대로 구속되면 안됩니다. 한국에선 형사 구속되면 그것으로 인생은 끝입니다...)
특히나 혈연-지연-등 한국적 관계를 이렇게 밀도높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1979년생 윤종빈 감독 앞에 무릅을 꿇습니다. 어흐흥. 내공 대단하네요...
그리고, 역시나 조폭 말고 검사 얘기. 조폭은 우리가 상상하는 영역이 있죠. 그런데 검사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일단 취재하는 모습을 본사람이 극히 적습니다.
일전에 '공공의 적2'가 시도한 적이 있었죠. 전 그때 대검찰청에서 시사회에 참여했는데, 그냥 웃어버렸습니다. 어찌나 검사를 평면적 캐릭터로 그려냈는데...한눈에 감독이 취재가 덜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 영화의 검사는 펄떡 살아숨쉽니다. 헤어스타일, 눈빛, 심지어 뱃살까지도...그냥 강력부 검사가 속에 박혀 있더군요. 그리고 "꺼삐딴 리"를 연상시키는 엔딩까지...
아, 이게 바로 한국적 느와르구나. 진짜, 물건이 하나 나왔구나...하는 한숨을 뱉어냈답니다. 어허허.
2012/3/5 9:31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