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c 4/17 '12 posted
궁금하다. 故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한때 쓰레기같은 인성의 인간말종이었으며 동시에 그가 성공시킨 제품들은 경쟁자들을 압도한 수작이라는 평가는 양립 불가능한 것인가?
이렇게 끼깔나는 제품을 만들어낸 사람이 밑바닥까지 인간말종일리 없다
는 식으로 결론을 내린 뒤 흉흉한 과거지사에 대해서는 그땐 젊은이의 치기와 열정이 앞서는 급한 성미 탓이었다며 적당히 얼버무리는 게 아니냔 거다.

일단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아이폰3GS를 2년4개월째 쓰고 있다. 슬슬 질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훌륭한 물건이다. 요는 이걸 만든 회사 CEO가 잡스가 아니라 빌게이츠라도 이건희라도 별 상관 없지 않느냔 말이다.

애플 제품에 매료된 숱한 사람들이 잡스 CEO의 업적(이라 알려진 것)에 대한 호감만으로 그의 인간성을 윤색하는 현상은 인지부조화에 대한 방어기제가 아닌가 의문이다.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잡스의 천재성에 비례하는 그의 과거 패악질의 이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잡스는 아타리에서 일하던 도중인 1974년 초, 인도 순례 여행을 떠났고 7개월 간의 여행 후 다시 아타리로 돌아와 일하였다. 부시넬은 잡스에게 브레이크아웃(Breakout)이라는 벽돌 깨기 게임을 설계할 것을 지시했는데, 칩을 50개 미만으로 사용하면 줄어든 칩에 비례해 보너스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잡스는 워즈니악에게 보수를 반씩 나누는 조건으로 도움을 청하고 워즈니악은 불과 4일만에 45개의 칩만으로 게임을 설계해내지만, 잡스는 워즈니악에게 기본 수고비의 절반인 350달러만을 주었다. 잡스가 아타리로부터 받은 돈은 5,000달러였다. 』

이건 일종의 사기 아닌가? 적어도 공정한 거래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 잡스가 5천달러를 벌었는데 4천300달러를 독차지하고 동업자 워즈니악에게는 나머지 700달러를 '공평하게' 반띵했다는 사실보다도, 실제 설계를 해낸 사람이 워즈니악이고 잡스는 그에게 가능성을 제시하며 독려했을 뿐이라는 묘사가 더 재미있는 부분이다. 

『 무엇보다 뛰어난 능력은 주변 사람으로 하여금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믿게 만들고, 이를 실제로 실현시키는 것’이었다. 75년 아타리의 사장 놀런 부시넬은 ‘브레이크 아웃’이라는 벽돌 깨기 게임을 50개 미만의 칩을 써서 만들라고 잡스에게 지시했다. 잡스는 워즈니악을 끌어들였고 그들은 2~3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그 게임을 사흘 만에 만들어 냈다. 워즈니악은 ‘처음엔 도저히 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잡스는 내게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줬다’고 말했다. 』

요컨대 재주는 워즈니악이 넘고 돈은 잡스가 벌었다고나 할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믿게 만드는 능력은 일종의 사이비 교주 또는 선동가와 같은 능력이 아닌가. 물론 예시가 이모양이라 그렇지, 나는 이런 종류의 능력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잡스의 전체 생애를 관통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 이 능력은 그런데 그의 청년 시절에 상당히 나쁘게 쓰였고, 당시 주변사람들은 상당히 힘들어했을 것으로 짐작될 따름이다.

『 리사가 망한 다음에 남이 다 만들어놓은 맥킨토쉬 프로젝트를 자기가 집어삼키고 모든 공을 자기혼자 독식 한 것, 맥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리사 팀보다 맥 팀이 급여가 적어서 맥킨토쉬 개발팀 상당수가 실망하여 퇴사한 점 등을 빼고 잡스가 맥킨토쉬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글을 보면 헛웃음만 나온다. (그리고 링크한 글에 마우스를 리사가 처음 만든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데, 마우스의 초기 안은 50년대 초에 나왔고 60년대 말 즈음에는 현재의 마우스와 거의 동일한 것이 이미 연구소에서 개발되어 선보인 바 있다. 유닉스 등에서는 선행 도입이 되어있었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시 제록스 연구소에서도 도입되어있었다. 그걸 그대로 복사한 걸 이런식으로 잡스 공적으로 돌리는건 비겁하게밖에 안보인다) 』

물론 잡스는 애플에서 한 번 쫓겨났다가 돌아온 뒤 사람이 많이 달라졌다. 그 뒤 협상가적 수완을 발휘해 보수적인 콘텐츠 업계와 뜻밖의 딜을 성사시킨 것은 틀림없다. 기브앤테이크라는 기본을 지키면서도 애플이 전적으로 불리한 입장일 때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상 계약을 진행한 사례는 협상의 본보기로 회자된다.

여담. 아마 잡스가 70~80년대가 아닌 2000년대에 청년시절을 보냈으면 그때완 다른 이유로 사회생활하기 참 힘들지 않았을까싶다. 특이한 이력 탓에 요새 빈번한 신상털이 범죄의 표적이 된다든지 유튜브에 별명이 붙어 유명세를 탈 수도 있겠다. 연대기별로 몬타로마 돈초딩, 쿠퍼티노 월반남, 홈스테드 마약남, 리드대 퇴학남, 오리건 히피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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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12 answered
잡스가 성격이 더럽다는 건 이마 널리 알려진 사실 아닌가요? 누군가를 독렿서 그 사람의 재능을 빼먹을 수 있는 재주도 아무나 가진 게 아닙니다 잡스를 못믿었다면 아예 곁에 있나도 않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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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c 5/20 '12 answered (5/20 '12 edited)

네. 누군가의 재주를 최대한 이끌어내 적절하게 제품화하는 것도 훌륭한 능력입니다. 다만 잡스가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그 제품인 아이팟시리즈와 아이폰이 결정적인데, 그 제품과 어울리지 않게 더러웠던 성격이 유명하진 않은 듯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사물에 느끼는 호감을 그 기원자에게 덧씌우는 현상은 흔한 것입니다. 항상 그게 일치하진 않는데, 무시하는 경향도 있더란 겁니다. 애플 제품가운데 꽤 성공을 거둔 것들을 접해 본 사람들이 그 기원자라 알려진 잡스에 대해 막연히 느껴온 생각을 관성처럼 유지한다는 얘기죠.

 

아이폰이랑 맥이 이렇게 대단한 제품이야! 우와 잡스는 천재야! 아 성격이 더러웠다지? 천재치고 성격 괜찮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음… 잡스를 못 믿었다면 아예 곁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야 저는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전 잡스도 아니거니와 그 밑에서 일해본 적도 없어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이렇게 여쭤 보죠. 직원이 회사에 계속 다니는 우선적 이유가 단지 경영자에 대한 신뢰 때문인가요? 제 생각에 경영자를 불신하지만 일 자체에 애착을 느끼거나 불만족스러운 업무환경에도 보상이 탁월하기 때문에 회사에 남아 있는 사례를 찾기가 더 쉬울 것 같거든요. 

 

잡스는 직원들이 타성에 빠지거나 해이해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 CEO 시절에는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직원에게 맡고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 묻는 것을 즐겼다. 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설명하면 "회사에 꼭 필요한 일이냐"고 되물었고 그때 그 직원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해고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직원에게 불쑥 맡은 업무를 설명케하고 맘에 안 들면 잘라버리는 CEO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웬만한 CEO는 다 믿어준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그런 일 당하면 바로 멘붕이에요.

 

  잡스는 프리젠테이션의 모든 슬라이드와 모든 글을 완벽히 알고 있다. 그가 프리젠테이션 연습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지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99%의 보통 사람들이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리허설을 한다는 것은 보장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연습을 하지 않는다. (잡스와 같이 프리젠테이션을 같이 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2분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거의 100시간을 투입한다고 갈로는 강조한다.)
 

 
직원들에게 본인만큼 준비를 하도록 예고하지도 않았으면서 질문 하나 던지고 자르는 건 부당해고죠. 물론 그 이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느닷없는 질문에도 대응하도록 평소 자기업무를 치밀하게 파악하게 만드는 효과를 기대한 걸지도 모르지만요.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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