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그러니까 머릿속에 들어 온 것은 지워버릴 수 없고, 나눠도 줄어 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자연은 아이디어가 전파되도록 만들었다는 자연의 섭리를 인용한 부분에서 본서의 핵심은 드러난다. 레식의 저서인만큼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아이디어 체제에 왜 커먼즈(공유재)가 필요한지 사회적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 분석하는 면은 매우 탁월하다. 특히 시장이냐 공유재냐 그 "균형점"을 찾고 싶어 하는 그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아직 정답은 나와 있지 않다.
사실 (사물에 대한) 소유권에 입각하여 비경합적인 아이디어라는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그 주인에게 독점적으로 부과해 온 것은, 쌍무적 계약의 거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적 제약 때문에 생겨난 과도기적 형태일 것이다. 따라서 경합적이기는커녕 나눌 수록 커지는 그 성격 때문에 아이디어는 공유재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커먼즈의 비극, 즉 내버려 두면 결과적으로 투자가 줄어 드는 일 역시 벌어지고 마는 것이 슬픈 일.
예전에 이미 언급한 적이 있지만, 방향성은 결국 일종의 '세금'과 같은 초월적 플랫폼에 의한 징수로 이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최근 연구의 주된 방향일 것이다.
『 이 이상계의 속성을 거스르는 일은 쉽지 않다. DRM이 미봉책인 이유다. 2. 대가 지불에 대해서는 물권적 원칙(property rule)이 아닌 보상 책무(liability rule)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권리 보호를 꾀할 것이다. 즉, “내 것이니 쓰지마”가 아니라 “일단 쓰면 알아서 청구될 것”의 태도 변화다. 』
그러나 이러한 과금의 주체가 혹여 결국은 정부나 국가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본서의 저변에 깔린 우리가 시장과 공유재의 어디까지를 통제하도록 허락할 것인가의 물음으로 다시 돌아 간다. 이와 같이 이 책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균형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의식의 흐름이다. 특히 한국의 이슈를 오버랩하면 흥미로운 지점이 상당하다.
생각해 보면 인터넷이란 것은 참 특이한 것이다. A와 B 사이에는 누가 끼어 있을지 모르고, A와 B가 신기하게 서로 이어지고 A와 B는 무슨 일도 벌일 수 있고, A와 B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사실상 무엇을 어떻게 하기 힘든 구조 를 꿈꿔왔고, 또 이를 미묘하게 성공적으로 유지해 오고 있다.
이 것이 바로 E2E의 공리다. 그러나 나는 과연 end인가? 거대 포털도 또 하나의 그냥 end인가? 마치 완전한 경쟁 시장은 존재하지 않듯, 완전한 E2E도 이론상이다. 클라우드가 커져만 가는 이유도, 페이스북이나 네이버와 같은 폐쇄망에 정보가 자발적으로 쌓이는 이유도 IPv6는 답보하고 NAT에 만족하는 이유도 이에 관련이 있다.
그러다보니 E2E에서 이야기되어야 할 비경합적 자원은 희소해진다. 그래서일까, 그는 흔히 생각하는 것과 같이 통제가 나쁘다고만 말하지 않는다. "경합성 자원인 경우 통제로 끌어 들이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도 알고 있듯이 희소한 모든 것이 반드시 정부에 의해 관리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혁신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정부의 도움을 원한다는 점이다.
그는 이처럼, 시장과 공유 사이의 균형점을 넘나들며 자극한다. 따라서 인터넷의 전통적 이슈인 저작권과 망중립성의 측면에서도 의미 있지만, 최근의 시장 경제와 공유 경제의 균형에 대한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보충성원리(subsidiarity)가 정부의 역할을 논하는데 활용된 부분은 나의 페이보릿. 인터넷은 결국 현실 정치의 시뮬레이터, 이상계다.
『 권한을 분산하고 많은 사람이 찬동할 수 있는 것으로 할 것, 최소 단위의 정치 공동체가 하는 의사결정권을 존중하고, 상위 단위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려고 하는 것이다. 』
더불어 감수자인 Creative Commons 윤종수 판사의 친절하고도 방대한 각주 해설도 볼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