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트레일러가 영화 전편을 기가 막히게 요약해 버려 굳이 안봐도 되는 경우가 있다. Orange and sunshine이 그런 것 중 하나.
가끔 영화를 통해 전혀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배우게 되는 경우도 있다. Orange and sunshine이 그런 영화 중 하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프로젝트가
정부나 종교에 의해 조직적으로 계획되고 자행되는 일은
근대 이전의 상례라 하더라도
자유주의의 본산으로 알려진 서구권에서도 그러한 폭력장치가 20세기 내내 기능했을 뿐만 아니라 그 상처를 지금까지 이어가게 했다는 점에 주목할만 하다.
그런데 왜 인간은 그러한 폭력장치들을 만들어 내고 또 의존하는 것일까?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장치들이거늘.
개인이 폭주하여 만들어 내는 정글로부터
질서를 도출해 내고 감시하는 일을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정부나 종교와 같은 '타자'에 의존하기 시작한 결과,
즉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일종의 업보일 것이다.
때로는 '사회'라 부르기도 하고 '공동체'라고 부르기도 하는, 스스로 이루어진 이 덩어리가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이 덩어리가 기능하지 않을 때,
이를 다시 만드는 책임과 역할도 결국은 다시 우리 스스로에게 있을 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깨달았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