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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덕에 사라진 망중립성에 대한 중립적 논점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완벽한 제도를 깨끗하게 설계해 낼 수 없다. 스포츠의 룰과도 같이 이해당사자의 네고 혹은 투쟁 뒤에 휴전선이 그어지듯 침전되는 것이 바로 인간의 룰, 제도다. 
그 제도란 각 개인의 입장에서 싫은 것일 수도 있고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좋다. 그 것이 투명하게 정해지고 또 '서프라이즈'가 없다면 말이다. 
그 것이 사회가 규칙을 수긍하는 조건이다. 
높은 분이 자기 마음대로 어떠한 예측성이나 원리원칙도 없이 정한 규칙을 갑자기 적용할 때 사람들은 좌절하는 것이다. 

망중립성 논의에 있어 최근 방통위가 일방적으로 훈시하듯 내린 결정에서 보이는 구태는 걱정스럽다. 그 이유는 진영이 나뉘어  충분히 건전하게 언쟁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제도를 전지전능한척 스스로 재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goodhyun
망중립성 논의는 거시경제학적 함의가 풍성해 이 사회가 더 튼튼한 제도 설계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소재입니다. 그러나 방통위께서 저렇게 스스로 전지전능한 듯 종결자 노릇을 해 주시니 논의는 이제 아마 감정적으로 치닫겠지요.
2012/7/13 9:31 오후

그렇다면 어떠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는데 우리가 그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인지 망중립성에 대한 중립적인 이야기를 해보지 않을 수 없다. 

망중립성의 논의의 경제학적 함의란? 

인터넷 진영은 양면시장(two sided market)을 잘 이용하고 있는 교과서적 사례다. 이 말은 고객 2로부터 수익을 내는 대신 고객1을 극진히 공짜로 모시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신 고객1은 미끼가 되어 고객2의 주머니를 열게 한다. 물론 고객2는 광고주고, 고객1은 사용자다. 
고객님 1번은 왜 대우를 받는 것일까? 물론 고객2를 유인해주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고객님 1번의 수요가 지극히 탄력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포털 A사가 어설픈 과금을 시작하면 바로 다음날 고객1은 모두 떠나고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고객1이 떠나는 순간 고객2는 같이 떠난다. 이 전제조건은 자유경쟁이다. 
반면 통신 진영은 이 양면시장적 성격이 다소 희박하다. 즉 가장 큰 수익원은 고객1 뿐이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공급자1,2,3을 규합하여 마진을 취하고 고객1에게 대표로 돈을 받았다. 매우 단순한 번들 비즈니스였던 것이다. 단 모든 번들 비즈니스가 그렇듯 이 전제조건은 과점이다. 아이폰 쇼크에 의한 언번들링이 일어나기 전까지... 괜찮았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개방되고 그 것이 플랫폼의 성격으로 넘어갈 수록 양면시장의 면모를 띠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비즈니스 전에는 미디어가 그랬고 금융업이 그랬다(예: 우리는 신용카드 수수료 안내지만, 상인들은 내고 있다). 언번들링이 시작된 통신업이 이 '플랫폼의 길'을 부러워하는 것은 응당 당연하다. 

즉, 자신들도 고객님 2번, 그러니까 네이버와 카카오톡과 같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비용 부담을 어느 정도 해주고 그 생색을 고객님1번에게 내고 싶은, 양면시장의 업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이 바램에 망중립성 논의의 경제학적 핵심이 놓인다.

"무슨소리냐! 이용자들이 이용료 다 냈는데 왜 우리에게 더 내라고 하느냐!"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이 생각의 전제는 이용료는 이용자들이 내는 것으로 끝이라 가정한다는데 있다. 예컨대 한국의 개인 부담 통신비는 OECD 수준 2위로 매우 높다. 즉 과연 우리가 내는 통신비는 적당했는지, 우리만 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 즉 소비자의 당사자성이 이 논의에서는 빠져 있는 것이다. 
만약 인터넷업자가 망이용료를 분담하여 통신비가 5천원이라도 내려갈 수 있다면 그 것은 자본주의하 논쟁의 모든 승리에 있어서의 결정적 요소, '소비자의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업자가 이 엄청난 비용 부담을 용인할 리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평분리가 가져다 준 기회에 의한 무모한 혁신이 인터넷이라는 혁명의 원동력이었는데, 이 것이 통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그러자 통신업자는 실력 행사를 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실력 행사란 바로 차단과 차별(discrimination)이다. 이 시점이 바로 전세계적으로 망중립성의 논점이 발화된 약 10년전의 상황이다.  

인터넷의 비트는 모두 평등하다는 전제는 매우 서정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실은 지금 현재도 엄청난 차별(differentiation)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인터넷이다. CDN을 비롯하여 비트를 차별하는 조건으로 비즈니스를 일으키는 것 또한 상식이다. 결국은 통신이란 비트의 택배업이다. 택배비란 선불로 할 수도 있고 착불로 할 수도 있는 것, 그 것은 재화와 쇼핑몰의 성격에 의해 결정되듯 시장의 자유다. 

따라서 실력 행사란 자유 시장 경제하에서는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이다. 만약 시장이 충분히 경쟁적이고 공급이 탄력적이라면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자주 쓰는 서비스가 통신사 A에 의해 차단되면 통신사 B로 바꿔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서비스는 거꾸로 그 통신사 A를 차단해 버리면 되고 통신사 A는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러나 통신이라는 재화란 그렇게 쉽게 갈아 타기가 쉽지 않고 또 경쟁적이지도 않다는 딜레마를 각국은 갖고 있었다. 비트의 택배회사란 망하기도 차리기도 쉽지 않음을 알게 된 것이다. 
goodhyun
정부가 사업자 약관에 관여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옳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고객이 이상한 약관에 질려 도망가려 해도 대체재가 없다는 것이 좌절의 원천이지요. 지금 한국의 시급한 문제는 왜 통신시장내에 경쟁이 없는지가 문제에요.
2012/7/13 7:35 오후

따라서 현황에 입각, 양진영간 네고를 시도하고, 그 성과는 극히 최근에야 드러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10년 미연방통신위원회의(FCC)의 Open Internet Order다. 

No unreasonable discrimination(불합리한 차별 금지), Transparency(투명성, 운영상황 공개), No blocking(접속차단금지)라는 3 대 원칙이 나온 것이다. 통신사업자가 이 원칙에 입각 특정 업자의 컨텐츠를 막는건 금지하나 이용대역 제한이나 통제, 그리고 종량제는 용인하는 거국적 네고를 하게 된다. 통신사업자의 이해관계나 입장은 배려하면서 자유로운 표현과 신사업의 혁신은 보장하려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제 통신사는 어떠한 서비스도 차별하거나 차단하지 않고 그 운영상황을 공개하겠지만...
prohibiting tiered or usage-based pricing and requiring all subscribers to pay the same amount for broadband service, regardless of the performance or usage of the service, would force lighter end users of the network to subsidize heavier end users. It would also foreclose practices that may appropriately align incentives to encourage efficient use of networks. The framework we adopt in this Order does not prevent broadband providers from asking subscribers who use the network less to pay less, and subscribers who use the network more to pay more. 
종량제(혹은 총량제)는 그렇게 허락되어 버리고...
during periods of congestion a broadband provider could provide more bandwidth to subscribers that have used the network less over some preceding period of time than to heavier users. Use-agnostic discrimination (sometimes referred to as application-agnostic discrimination) is consistent with Internet openness because it does not interfere with end users’ choices about which content, applications, services, or devices to use.
사용자는 그렇게 차별된다...

mVOIP 쓰지 않아도 좋으니 무제한정액제가 고수되기를 바라는 나와 같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들의 네고 결과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비트의 절대적 자유를 원했던 이들의 마음에도 들지 않을 것이다. 제도란 그런 것이다. 모두의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그 과정이 설명 가능하고 투명하면 또 어쨌든 흘러 가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결정적으로 FCC는 규제 권한마저 모호하다는데 있다.  (미 연방항소법원은 FCC가 Comcast가 망중립성을 위배했다며 내린 명령에 대해 월권행위라고 판결하였다) 심지어 강제력이 없어도 정치적 제스쳐로 저 정도는 한다. 

대신 철권을 휘두르고 있는 방통위 덕에 아마 앞으로 국민 여론은 매우 감정적으로 치달을 것이 뻔하다.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안타까운 것은 쌍방의 포지션 토크, 혹은 침묵만이 횡행할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를 보면 통신사 혹은 그 자회사의 구성원으로부터는 어떠한 코멘트도 보이지 않고, 인터넷 회사 쪽에서 감정적 언변이 너무나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와 같은 경제학적/정책적 함의를 설명하고 이해시켜 줘야 할 이들이 굳이 이 논란에 나설 인센티브를 못 느끼는 것이다. 뭐 귀찮게 휘말리겠는가? 
그리고 망중립성이라는 소중한 논의를 통해 향상되어야 할 소비자 후생 개선은 여기서 멈춰버리게 된다. 

반시장적, 반경쟁적 상황이란, 그리고 사회의 성숙도란 이런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중립적 입장에서 망중립성 논쟁을 소개해 왔지만, 지금의 방통위안은 결국 소비자의 이득으로 이어질 이 모든 길을 막아 버린 사건이라 볼 수 밖에 없다.  '서프라이즈' 그 자체다. 
『 그러나 망중립성 논의는 일방을 매도할 만큼 명료한 토픽은 아니다. 이 논의에는 두 가지 이해관계가 녹아 있다. 하나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측면이고, 또 하나는 시장 규제에 대한 관점 차이다. 』
『 만약 시장이 충분히 경쟁적이라면 불합리한 제약을 두는 통신사는 자연히 도태되기 때문에, 불합리한 규제는 경쟁에 더 위험하다고 반대할 수도 있다. 한편 “아무나 참여할 수 없고 갈아타기도 번잡한 통신사업은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니 이러한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
『 미국은 망 중립성 논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워간다. 차별과 차별화의 차이, 경제학적 타당성과 규제의 필요성 등을 조율하는 풍경은 어찌 보면 자본주의의 질서 그 자체를 시뮬레이션하는 듯 보인다. 이제 우리 차례다 』

물론 정부가 사기업의 약관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것 또한 존중할 수 있는 판단이다. 그러나 그 전에 방통위가 했어야 하는 일은 왜 지난 10년간 통신시장에 경쟁이 사라지게 내버려 뒀는지, 왜 한국의 MVNO 사업은 활성화되지 않는지 그 원인을 집중 규명하는 일이었어야 했다. 

goodhyun
각국의 현실적 대안은 도매업활성화, 그러니까 MVNO 참여가 더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일본수준으로. 한국은 회원사 겨우 9개에 도매가가 더 비싸진 상황 RT @ksoonson: 통신 시장을 완전 경쟁 체제로 전환할 수는 없나요?
2012/7/14 2:05 오후
goodhyun
그러나 한국의 정보통신 정책 기조는 "경쟁의 활성화"보다는 "국익을 위한 통제가능성"이라는 모호한 신념에 기반합니다. 전자였다면 016-018은 물론 011-017이 합병되었을리가 없습니다. 과점하에서 경쟁의 인센티브를 잃은 참여자는 수직통합으로..
2012/7/14 2:08 오후
goodhyun
정부가 황금주파수에서의 상위업체 합병을 용인하는 대신 강력한 규제셋트를 함께 내놓습니다. 가격 규제. 규제 중에서도 위험한겁니다 이것은. 그렇게 1위 가격이 고정되면 2,3위는 그보다 약간 싸게 따라서 고정하고 안주하게 됩니다.
2012/7/14 2:13 오후
goodhyun
경쟁을 통한 시장확장이 힘들어진 이들이 갈 수 있는 길이란 수직통합을 통한 업무확장입니다. 그렇게 점점 비대해져갔고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종합IT서비스업 통신사가 완성됩니다. 이 번들링의 시대는 어떤 사건 직전까지 이어집니다. 바로 아이폰.
2012/7/14 2:17 오후
goodhyun
본격적인 언번들링이 시작되었고, 정부가 사실상 이끌어 준 바와 같이 수직통합으로 사세를 확장하던 통신사는 졸지에 성장 한계에 봉착하게 됩니다. 고용창출, IT강국(?)이미지 형성 등에 이들을 이용한 정부가 일말의 책임을 느끼지 않을리 없지요.
2012/7/14 2:23 오후
goodhyun
통신사에 대한 국민감정이 편치 않은 이유는 바로 이 '번들링의 시대'에 대한 불편함 때문입니다. 통신사도 알고 있을겁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도래 이후의 통신사는 결코 강자가 아니지요. 어떻게 연착륙해야 하는지 고민중인 기업일 뿐입니다.
2012/7/14 2:24 오후
goodhyun
모든 논의에는 감정의 배제가 중요하지만, 망중립성의 논의에서는 이상과 같은 사정이 만들어낸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여기에 기름을 부어주셨네요.
2012/7/14 2: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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