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ngeunhan 6/11 '12 posted
"God, I'm F___king awesome!!!!"

미국 국적이었던 친구(성별 남)가 어떤 일을 완료하면 습관적으로 외쳤던 문장이다. 아직도 이 말과 이 말을 외치던 친구의 표정을 떠올리면 꽤나 당황스럽다. 야 너 진짜 재수없다, 라고 말해주고 싶었달까.

1. 

요새 자기고양편향에 대해 자주 고민한다. 자기고양편향은 긍정적 착각(positive illusion)중 하나인데, 최근 심리학 연구는 사람들의 사회 지각엔 왜곡이 있다고 공통적으로 주장한다. 그런데 이 왜곡이 심리적으로 더 적응적이라고 하여 저런 용어로 부른다. 

교수들 중 94%가 평균적인 교수들보다 자기가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타인이 거짓말을 할 확률이 자자기가 할 확률보다 3배 정도 높다고 믿으며(이상 미국), 호주 직장인 중 자신의 업무수행 능력이 평균 이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에 불과했다. 자뻑 또는 근자감은 이 따위로 보편적이다. ㅎㅎㅎ

이런 근자감(=긍정적 착각)이 있으면 대체로 자존감, 자기효능감, 실패 시에도 다음에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탄력성이 높게 나온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도 낮아지고. 그리고 같은 조건이면 상황을 낙관하면서 문제 중심적이고 능동적인 대처 전략을 사용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 근자감은 문화에 따라 차이가 나고, 성차도 있다. 동양문화권에선 설사 속으론 내가 쫌 잘났소 생각할 지언정 겉으론 자기고양보다 겸양을 많이 보인다. 한국에선 청소년의 경우 자기고양을 많이 보일수록 친구들에게 인기가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얼마전 아래 글을 보고 끄덕끄덕 했는데, 적어도 미국은 교육 제도를 포함하여 너는 평균보다 잘났다고 자기고양편향을 키워주는 문화인 것 같다. 
philkooyoon
"니가 특별한 존재라 착각하지 마라" 보스턴 근교의 한 고교교사의 졸업식 축사 http://t.co/dCAVowQH 미국 교육이 너무 칭찬 일변도인 건 좀 문제. 얼마전 블로그에 쓴내용과도 일맥상통 http://t.co/w8U9Iaa6
2012/6/9 1:15 오후


한편 성차는 미국도 별 수 없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 남성 동료들은 자기고양이나 내부 귀인을 많이 보이는 반면, 여성 동료들은 자기겸양이나 외부 귀인을 많이 보인다. 오죽하면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가 여성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한 TED talk에서 자꾸 외부 귀인 하지 말고, 미팅 할 때 들러리 서지 말고 "Sit at the table"하라고 이야기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남성의 경우 자신의 업무성과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지만, 여성은 반대로 외부적 요인에 근거한다고 여긴다는 것입니다. 만약 남성에게 그렇게 좋은 업무성과를 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제가 끝내주니까요." "물어볼 필요도 없는걸 왜 묻고 그러세요?" 라고 할겁니다. 반대로 여성에게 묻는다면 아마도 직장동료의 도움이 컸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운이나 좋았고 또 열심히 일을 해서 라고 말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2. 

경험적으론 기업가들은 긍정적 착각을 하는 경향이 평균보다 높아 뵌다. 그래야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도 리스크를 걸고 창업을 하고 신념을 갖고 꾸준하지. 그러나 긍정적 착각이 시작을 도울지언정, 스톡데일이 베트남전 때 포로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던 걸 떠올리면 어느 순간 왜곡된 지각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래 인용하긴 했지만, 강조하는 의미에서 다시 적어본다. 결국 성공할 것이란 믿음과 눈앞에 닥친 현실의 가장 냉혹한 사실을 직시하는 규율을 결코 혼동해서는 안된다.

“이건 매우 중요한 교훈입니다.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 결단코 실패할 리 없다는 믿음과 그게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규율을 결코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우린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가지 못할 겁니다. 그에 대비하세요.”

이런 생각을 깊이 할 수록, 사람이란 참 부족하기 짝이 없다. 근자감이 높으면 성공확률도 높아질까? 
그냥 질문만 해본다. 나도 어떤 태도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나보다 나와 함께한 동료가 잘해서, 운이 좋아서, 주변에 크고 작게 도와주신 분들이 많아서 성공한 건데 이 글 젤 첫 문장처럼 내부 귀인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와아, 역시 내가 참 대단해서 잘 된 거라고 말이지. 그러니 속으론 내가 잘나서 잘 된 거라고 생각할 지언정, 겸손한 척 하는 연습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ㅎㅎㅎ 머니볼 작가님 동감이에요. 성공 요인은 다 사후 해석이고 그냥 랜덤일지도 모르겠다. 
indiz
'머니볼'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프린스턴 졸업생들에게 한 졸업사. '성공의 대부분은 행운 덕이며 너의 성공은 불운한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했음을 잊지마라. 겸손하지 못하더라도 겸손한 척이라도 하라.' http://t.co/fJz4BQR2
2012/6/8 9:53 오전  

guntae 7/9 '12 answered
재미있는 글입니다.  근자감이 높은 저로써도 무언가 생각해볼 거리가 있군요. 사업이란 것이 많은 부분 경영자보다 주위 환경이나 동료에 의해 사업의 성패가 많은 부분 결정되기도 하지만 최종선택은 결국 경영자가 해야 하는 만큼 자신의 결정이 좋은 결과를 끌어낼 것이라는 근자감 없이는 결정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있는 저도 그동안 배운 것이 있으니 다음 선택은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없이는 더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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