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마음이 동조하게 된 계기는 이 이야기의 서사적 판타지 때문일 터이다. 

평온하리라 기대되던 일상이 어느덧 부조리로 가득찬 혼돈이 되자 이를 박차 모험을 떠나고 결국 모두의 우러름을 받게 할  어떤 무언가를 획득하여 그 힘으로 자신을 떠나게 만든 부조리를 응징하는 구조. 

수도 없이 애용되어 온 이 서사 구조는 우리 현실의 정보조차 이와 비슷하다면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고 응원하게끔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역시 인간은 스토리텔링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이다. 

그러나 모든 조직에는 기득권과 파벌이 있고, 이는 한국만의 유별난 특이점도 아니고 서양 합리주의로 해소될 수 있는 것 또한 더더욱 아니다. 
다만 그 조직에서 소외된 누군가가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의 개수가 사회의 건강성을 나타낼 뿐이다.

그런데 보통 뉴스로 두드러진 어느 한 개인과 집단의 문제란 대개의 경우 그 사회 전체의 샘플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지금 취업이 힘든 청년들의 일반적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적 부조리는 당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당신보다 실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무척이나 큰 기득권이 당신을 비웃으며 가지고 놀고 있다. 엄청나게 올려 버린 등록금을 순순히 내고, 말도 안되는 경쟁을 강요 받지만, 사회로의 출전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한 줌의 체제 순응적 인재만이 시범 케이스로 기득권에 편입되지만 성장이 멈춘 역삼각형의 조직구조에서 주어지는 일은 당신을 길들이는 잡무뿐. 

우리 스스로 이 사회로의 출전 자격을 뺐겼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우리 마음 속의 빅토르 안이 울부짖는 것이다. 
그렇다면 밤새며 스펙을 쌓고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것도 옵션이지만 아직 미명기의 신흥 시장을 찾아서 훌쩍 떠나는 것도 옵션이다.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는 여러분의 능력과 여러분의 고국이 가르쳐 준 것을 필요로 할 만큼 '성장하고 있는 곳'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부조리가 강요하고 있는 좁은 문 대신 커지고 있는 시장의 열린 공간을 찾아 나서는 용기. 남들과 다른 선택지에 마킹할 용기란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근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이민과 이주는 소외에 맞서 취할 수 있었던 전략적 선택지의 주된 하나였다. 여러분의 이력서가 수십군데에서 거부되는 것도 바로 정체된 사회의 부조리 덕이라면, 세계지도를 한 번 펼쳐 볼 차례. 잃을 것이 없기에 취할 수 있는 선택도 있는 셈이고, 분명한 것은 지금 여러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스포츠계의 일화와는 달리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사회 구조적 특성 탓이라는 것.

올림픽의 가치란 메달획득이 아닌 출전한 모두에 있듯, 빅토르와 그 밖의 여러 귀화 선수들 당사자들에게 문제란 메달이 아니라 게임을 하고 출전을 하는 일이었다. 
사회가 주지 못한 여러분의 출전 자격을 찾기 위해 우리 스스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좌절과 절망 이외에도 분명히 있음을 이 판타지는 가르쳐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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